Can a heartless jellyfish love?

 

 

※ 자필로 쓰는 일기장이라는 컨셉로 의도적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추가 수정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2009. 05. 04

어린이날을 앞두고 나는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왔다.
의사 선생님께서 나에게 일기를 적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에
초등학교때 매일 적어야 했던 일기가 떠올라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얼굴로 바라보았더니,
누군가에게 검사를 받는 일기가 아닌, 내 마음을 털어놓는 일기. 그저 내가 내킬 때 쓰는 일기라고 설명해주니
어쩐지 마음이 편해져 예전에 예쁘다고 친구들과 함께 문구점에서 샀던 노트에 적기로 마음을 먹어보었다.

근데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까?


2009. 06. 20

뜬금없이 찾아오는 장마가 난 밉다. 
언제 쏟아질지 모를 비를 대비해 항상 가방에 우산을 챙겨 다니는데 
하필 오늘은 깜박하고 두고 온 바람에 홀딱 젖은 상태로 집에 도착하여 
할머니의 걱정을 덜어내기 위해 완전범죄를 생각하며 증거를 없애보지만
항상 할머니는 어찌 알아차리고서는 나에게 이야기 한다.

"전화 하지, 할미가 갔을텐데..."

이 말에 많은 것들이 담겨있음을 알고 있다.
나는 그저 할머니가 일 하고 와서 힘들 걸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로 인해 아프신 무릎을 조금이나마 덜 사용하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난 결코 할머니가 부끄러워서 전화하지 않았다고 설명하지 않았다.

정말 내가 모르는 감정이 마음 한 편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까?


2009. 07. 11

본 대회를 향한 선발전, 솔직히 준비는 항상 해왔고 긴장은 하지 않았다.
나는 이길 것이고, 올해도 내 목엔 금메달을 따내는 영광과 함께
국제대회 진출권 또한 현재 찍힌 수 많은 국가들의 도장들로 장식된 여권이 말해주듯
그 또한 내 손아귀에 들어올 것이라는 자신감은 코치님과 감독님께서 항상 주위를 주지만,
꺾기지 않은 마음이 오히려 불타오르기만 하는데.

맨날 남자부부터 시작 되는 경기에 다른 선수들은 자신의 경기를 위해 준비를 하느라 바쁘겠지만,
나는 다른 선수들 경기를 보는 걸로 시간을 채웠다.
관람도 하나의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배울점이 있는 선수라면 그 선수의 행동을 스캔 하는 일
또한 나에게 모두 습득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젠 감코도 놨두는 상태다.
이러고도 금메달을 가져다주는데, 이정도는 내맘대로 해도 되는 거잖아?

아, 사설이 길었는데 무튼 쓰고 싶은 건 이게 아니다.
작년부터 유난히 눈에 들어오던 선수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선수의 경기를 좀 더 유심히 보게 되고, 건너건너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어느샌가 그 사람의 경기를 재밌게 관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때.
내가 태권도 경기를, 그것도 다른 사람 경기를, 이렇게 재밌게 봤던 적이 있던가?
라는 생각을 오늘 여기서 풀어보려고 했다.
근데 답이 나오지 않는다.


2009. 08. 10

하계 전지훈련, 그냥 토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
하지만 곧 있을 대회를 생각하면 절대 빼먹을 수 없는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되는 곳이기에
힘들어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할머니와 나의 밝은 미래를 위해 나는 이 몸 하나 부셔지더라도 행복함을 느낀다.
물론 온몸은 아우성을 외치는 중이지만.


2009. 09. 25

다음 해 국가대표 예선, 가볍게 경기를 마치고 2층에 앉아 멍하니 경기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선수가 나오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경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단체대항전이랑 겹치는 바람에 연달아 뛰는 경기에 지칠 법도 한데,
에너자이저 어디 가겠어, 저게 휴식이지. 라며 혀를 끌어차던 코치의 말이 떠올랐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서, 아무말은 안했지만 그래도 물병 하나 쥐어주며 먼저 가겠다는 감코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걸 고맙다고 해야해나 생각할 무렵 드디어 호명 되는 이름에 정신이 번쩍 든 두 눈이 시작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단단히 준비를 하였는지 순식간에 끝난 경기에 탄식을 내뱉었다.
이 선수, 잘 하면 국대에서 보겠다고.


2009. 10. 26

전국체전 결승전, 이를 악 물고 나온 결승전 상대에게 크게 한방을 얻어 맞고 큰 점수를 내어주고는
나 답지 않은 흔들림에 감코 또한 당황했는지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간 헤드기어를 바로 쓰며 미소를 짓는 나를 보고 코치는 말하였다.
와, 이런 미친년은 처음 본다고, 거기서 희열을 느끼며 웃는 놈은 너 밖에 없다고.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느끼던 감정을 국내에서도 느끼는데 그것도 작년에 함께 하던 국대 룸메인 애가
그 선수랑 같은 학교인데 이걸 어찌 희열을 안 느끼겠어. 너무 행복하지.


2009. 10, 30

금메달은 내가 땄는데, 은메달은 딴 친구의 기사를 보며 오~ 라는 감탄사를 내뱉자 감독님께 한소리 들었다.
방심은 한순간이 모든 것을 무너트릴 수 있는 무기라며 귀를 닫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이야기 하시는 바람에
혼미한 정신이 아직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아, 며칠을 더 하실까? 코치님과 내기 중이다.


2009. 12. 14

기분이 몹시 안 좋다. 할머니가 일하다가 다쳤다는 소식에 훈련도 뒤로하고 응급실로 왔다.
머릿속에 스치는 악몽이 되돌아오는 날은 지금이 아니다.
더 좋은 것들을 누리며, 더 행복함을 느끼며, 제일 평화롭게 보내드리겠다고 다짐한 나이기에,
다시 한 번 나는 되뇌인다. 나의 위상이 높아짐은 우리의 가족의 행복이라고.


2009. 12. 15

이제 국가에서 돈도 받고, 먹고 사는 것이 여유로운데 왜 일을 계속하냐고 할머니와 싸웠다.
다치고 온 것이 마음에 계속 걸려 무심코 건낸 말이 왜 자꾸 가슴이 찌르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말은 하는 게 아니었는데


2009. 12. 31
이렇게 또 한 해가 간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막상 눈 앞에 놓여진 것들을 보면 왠지 입을 닫게 된다.
이젠 희미해져가는 행복했던 기억, 그저 선명한 것은 그 때의 상황뿐이라는 사실에 묵묵히 침묵으로 바라보게 된다.
탓하지 말라는 의사선생님의 조언도 이 들 앞에 서면 그 다짐이 무너진다.
그렇게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단어가 되어 나를 괴롭히네. 근데 끝까지 말 못 하겠다.
아직은 아닌가봐, 더 떳떳해지면 그때 이야기 할게.


2010. 01. 08

와, 공동 동계 전지훈련이라고 해서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있네? 그 선수.
이렇게 가까이 보니까 어색해, 연예인 보는 거 같아.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애들 입술에 뭐 바를 때 나도 좀 바를 걸이라고 생각해봤자 이미 다 지난 이야기지만,
결국 집중 못한다고 잔소리 잔소리, 근데 오늘은 이 잔소리 조차 기분이 좋았다.
물론 그 때도 다른 곳 본다고 딱밤 맞은 이마가 아직도 아픈 거 같지만.


2010. 01. 10

하루종일 경선(전국체전 은메달)이 괴롭히면서 선배의 정보를 알아냈다.
물론 경선이 보다 선배의 경기 스케줄을 더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 속으로 웃었지만,
잘하면 선수촌에서도 볼 수 있을 거라는 빅 소식을 들었다.
그럼, 진짜 볼 수 있는 건가? 그 선배?


2010. 02. 14

국대 최종선발전, 나는 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내가 쌓아온 수많은 경험은 날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로 인해 오늘을 위해 나는 달려왔다.
그리고 그 빛을 내뿜어, 더 큰 무대로 향하는 발걸음.
항상 설레이고, 긴장 되었다.
한 순간의 방심은 모든 것을 무너트린다는 감독님의 말을 되새기며 나는 루틴을 마치며 경기를 시작하는 매트 위에 올랐다.
할머니와의 행복을 향한 시작을 생각하면 난 결코 질 수 없다.
매트 위에서 날뛰는 미친년이 되더라도, 난 포기 할 수 없다.
그렇게 마음을 가져야 원하는 걸 같는다.
난 남들보다 더 한 동기부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할머니의 인공관절수술마저 무색할 만큼 또 재발하여 아프게 만드는 그놈의 일을 그만하게 해야하니까.
금빛인생보다 난 돈이 더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결코 이 누리는 특권을 놓칠 수 없다.


2010. 02. 15

국대 남자부 경기를 찾아보기 위해 선배의 이름을 검색하던 그때,
그가 아쉽게도 상비군으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에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솔직히 남자부는 여자부보다 고등부가 국대로 발탁 되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결과에 선배가 느낄 심정을 공감하고 싶었다.
상비군도 엄청 잘한 것이다. 알고 있지만, 선배가 국제대회에서 뽐내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남자선배들이 괜히 얄미워지는 순간이다. 
국가대표라는 명예와 태극기를 단 유니폼을 입고 세계대회를 함께하며 동거동락했던 사람들이지만
오늘만큼은 이런 감정을 가져도 되겠지?


2010. 03. 10

선수촌 입성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설렘, 익숙한 사람들을 보는 반가움.
그리고 한 때는 적이었지만 동거동락하며 지내야 하는 멤버들.
서로를 향한 반가움을 표하는 인사 속에는 남모를 시기와 질투가 섞여있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같은 체급의 선수보다 다른 체급의 선수들과 이야기 하는 게 더 편할 때가 있다.
하지만, 단체 경기가 있는 종목 특성상 이러한 감정을 오래 가지고 있어봤자 좋을 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함께 계속 국제 대회를 바라보고 마주치며 훈련해야 하는 입장에서 싹둑 잘라내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는 밝은 얼굴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이라고 분류하지 않고 다 같이 우리는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위해.

라고 멋진말 줄줄이 적어뒀지만, 그냥 좋다. 선배가 먼저 말을 나에게 말을 걸어줘서 그냥 기분이 몹시 좋아!


2010. 03. 25

태권도부 막내의 삶은 고달파, 타 종목 선수들이 보내는 쪽지, 편지, 음료수 등등 선물 배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선수촌 들어올 때 마다 벌어지는 풍경임에도 적응이 안 된다. 이 막내 삶 언제까지 가려나...
매번 이 때 마다 믿지도 않는 신을 찾는다. 신아!! 제발 내 소원 좀 들어줘라! 후배 좀 보내줘!! 제발!!!


2010. 05. 03

훈련을 마치고 유난히 햇빛이 좋아서 밴치에 누워 광합성을 하던 때였다.
큐피트 역할 하기도 귀찮아서 사람들을 피해 도망쳤는데, 누군가 내 꿀 같은 시간을 방해하는 지
딱 봐도 부탁한다며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내 볼에 가져다대는 걸 보아 타 종목의 아는 선배 중에서 장난치는 구나 싶어
짜증을 부리며 일어났다가 예상치도 못한 얼굴에 놀라 굳어버렸다.
선배 역시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고, 서로 멋쩍은 웃음으로 나는 옆자리를 내어드렸다.
급 어색해진 분위기에 두 눈을 끔벅이며, 입술을 말아 넣은 채 정면을 응시하던 나를 보고 웃음을 터트리는 선배떄문에
나도 결국 웃음을 터트리며 긴장한 몸이 플어졌다.
내가 긴장하는 걸 처음 본다며 이야기 하는 선배의 말에 선수촌을 활보하며 다니던 과거의 나를 상상하며 코쓱을 하였다.
무어라, 할 말이 없드라. 너무 나 자신을 잘 알아도 탈인가.
아이스크림을 얻어 먹으며 아무래도 남자부에서 막내인 선배의 고충을 상담해주며 팀내 막내 N년차인 나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다.
물론 몇몇 조언에서는 

"그건 못 하겠네"

라는 말을 하셨지만, 나름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데... 진짜로? 정말? 선배 진심을 말해봐요, 표정이 아니었어.


2010. 07. 28

그냥 몸이 두개로 쪼개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복제인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이은 대회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또 하나의 나? 남들은 다들 어우 라는 소리를 한다.
감당 안 될 거 같다나 뭐라나, 무튼 웬만해선 이름 있는 대회에는 나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였고,
이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국대 감코들도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기에 매년 나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랗게 빛나는 물건들을 할머니 목에 걸어주면 할머니는 수많은 메달을 보며 

"아이고, 올해도 너~무 무겁네. 이젠 할미 목에 못 걸겠다."

라고 이야기 하신다. 


2010. 08. 08

국가를 대표하여 국기를 달고 다른나라로.
세계대회는 언제나 설레임이 가득하다.
그만큼 무게감도 무거운 법이지.
하지만 목표는 하나,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준비해온 것들을 이 곳에서 모두 불태우는 것이다.
그렇게 또 다시 스탭을 밟아서 한단계 더 성장하는 나날을 위해.
찬란히 빛날 무수한 영광을 위하여.


2010. 08. 21

태권 신동, 태권 소녀의 빛나는 첫 공식 국제 대회 금메달.
여자 태권도의 미래, 청소년 -57kg급 랭킹 1위의 위엄.
청소년 아시안 게임 1위에서 이젠 국가의 보배, 국제 대회 금메달.

이 모든 것이 나를 향한 칭송이었다. 
나는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국제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순간을 보고 있었을 할머니에게 무한한 감사의 말씀과 영광을 선사하며
나는 정상에서 내려 올 생각이 없음을.
결코 내가 선수로서 대회에 나서는 한 금메달 사냥꾼이 되겠노라 포부를 밝혔다.

누군가가 나에게 건방지다고 욕할 지 언정, 나는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2012. 11. 18

이젠 청소년 아시안 게임이라는 타이틀이 아닌 하계 아시안게임 57kg 금메달리스트.
금빛 헤어스타일 처럼 어김없이 목에 거는 금메달 부동의 1위, 차유영.

이 곳에서 또한 나는 나를 알렸다. 내 이름 세글자로 
드디어, 부끄럽지 않은 선수로서 부모님의 납골당에 그토록 원하시던 국제 대회의 메달을 들고 왔다고 당당히 말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손녀딸의 경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며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보셨을 할머니의 인터뷰까지 힘을 얻어
결국의 태권도 선수 차유영을 만들어내었다.

그저 사라진 연정에 가슴아파하는 한 소녀일 뿐인데...





2014. 05. 10

펜싱부 선수촌 입성에 다들 구경한다며 몰려갔다.
남자선수들과 함께 유일하게 남은 여자선수는 나 뿐이었고,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왜 넌 보러 안 가냐는 말에
어차피 밥 먹을 때 볼텐데 뭐하러 가냐는 대답을 하자,
역시 유영이는 남들과 다르다며 어찌 연애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놀리는 오빠들을 뒤로하고
내 할 일에 매진 하다가, 밥 먹다가 너무 놀래서 숟가락을 떨어트릴 뻔 했다.
내가 찾던 그 사람을, 태권도가 아닌 펜싱으로 마주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2014. 08. 09

이젠 백금발의 긴 헤어스타일은 나의 상징이 되었고,
당연히 57kg급에서는 차유영이 나온 이상 금메달은 확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존재만으로도 사기를 꺾는 나라는 기사에 괜히 콧웃음을 쳤다.
결과에 가려진 엄청난 노력은 어느샌가 당연함으로 각인되어가는 세상이 재미가 없다.
그저 할머니의 기쁨이 되고자 하는 그 마음 하나로 2년마다 있는 큰 대회를 위해 선수촌에서 생활하는 내가
어느새 최고의 소위 짬밥이 찬 경지에 이르었으니, 독고다이는 차유영이다 라는 말이 나돌아도 눈을 감아야할 뿐이다.






2016. 10. 01

대전 하계 아시안 게임, 컨디션 난조로 단 한 번도 놓친 적 없는 금빛 향렬에 스크레치가 났다.
유난히 눈부신 회색빛이 자꾸 시야를 망친다.

메달의 색에 연연하지 말아라, 이건 심판의 잘못이다.
사람들의 위로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그저 귀를 닫아버리고 싶었다.
한마디씩 거드는 말 따위가 더 짜증났다.
부당함을 외치던 목소리마저 지친 기색이 담긴 탄식으로 세어나오며,
나는 경기를 마쳤다. 몸보다 목이 더 아픈 게 정상이냐



2018. 01. 26
눈이 내린다.
올해는 다시 금메달을 따서 전 국민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할머니의 보람이 될 거야.
다시 금메달리스트로서 국민들의 기억에 박혀낼 거야.


2018. 08. 18

난 눈으로 보기 전 까지 믿지 않아.


2018. 08. 21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
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시발


2018. 10. 05

49, 나의 카운팅은 이제 시작이다.




2025. 04. 21

다들 나에게 왜 이렇게 칼잡이만 보면 눈이 돌아가냐고 묻는다.
대대적으로 할머니의 소식이 뉴스에서 울려퍼지던 그 때를 나는 아직도 머릿속에서 잊을 수가 없는데,
그렇게 똥개새끼들 마냥 몰려와 플레시를 터트리며, 금메달을 올려둔 장례식장을 찍어갔으면서
왜 그러냐고 내게 묻는다.

나는 그 날의 기억에 사로잡혀 모든 감각이 지나치게 선명하여 어느 하나도 놓칠 수가 없는데
그 더운 날씨에도 차갑게 식은 시체를 만지는 기분을 너희는 느껴보지 못했기에 나에게 이리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5. 05. 12

잠복근무를 끝내고 왔더니, 눈 앞에 놀라운 관경을 목격하였다.
내가, 선배를 여기서 다 볼 줄이야.
그것도 첫대면이 서부서 오팀장과의 한판이라,
신고식 한 번 거하게 치르는구나.
근데 기분 안 좋았던 것도 전여친 보니 풀리는 거 보면 아직 못 잊었네.
참, 선배도 나처럼 미련하다.

2025. 05. 13

십자가에 걸친 달을 보니 성스러워 없던 신앙심도 생기겠네.
이 순간 만큼은 믿지도 않는 신에게 빌게.
신이시여, 억울하게 죽은 가여운 자들을 굽어 살피소서.
내가 떳떳하게 범인 잡고, 제사상 거하게 차려서 얼굴 비추려니까.

'아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Narrative  (0) 2025.07.21
Profile  (0) 2025.07.20